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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지워지는 순서가 있다. 처음 잊혀지는 것은 명사들이다. 이름, 숫자, 날짜 같은 명사들이다. 그다음 잊혀지는 것은 형용사들이다. 얼마만큼, 어떻게, 그런 것들이 잊혀진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잊혀지는 것은 동사라고 한다.

브랜드 마케팅이라는 측면에서 웹 사이트의 제작이나 프로모션의 최종적인 목표는 그 기억 속에 남게 하는 일이다. 지워지는 기억들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더 늦게 잊혀질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Brand communication)을 수행하는 기획자의 고민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란 필사적으로 잊혀지지 않게 만드는 일이 되는 셈이다.

UNIQLO의 웹 사이트는 브랜드가 어떻게 기억시킬 것인가와 어떻게 잊혀지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UNIQLO는 SPA(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라는 형태의 기업이다. 그러니까, 제작부터 유통,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처리한다. 그 과정에서 매장 중심적인 기획으로 트렌디한 디자인의 제품을 제작하고, 유통과 물류 비용을 줄여서 중저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중저가의 트렌디한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게 위해 UNIQLO는 온라인을 통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UNICLOCK. 무표정한 댄서들의 5초짜리 춤이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스크린 세이버. TS 렌즈로 세계 여러 곳을 촬영하여 장난감 같은 도시를 보여주는 UNIQLO CALENDAR. 전세계 매장의 스태프들을 소개하는 UNIQLO JUMP. 그 이외의 다양한 콘텐츠들은 UNIQLO의 옷이 단순히 저가의 예쁜 옷이 아니라 전 세계인과 함께하는 트렌디한 IT-item으로 포지셔닝하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어떤 순서로 UNIQLO를 잊게 될까? 다양하고 세련된 UNIQLO의 고객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고려하면 그건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