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대학로에 둥지를 튼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중,소 서점들이 점점 자취를 감춰갈 때 즈음, 이음책방이 문을 열었다. 레코드점은 큰 의류매장이 되고 소극장이 마트가 되고 닭갈비집이 되어버린 동숭아트센터로 올라가는 길 한 켠에 ‘이음아트’ 라고 쓰인 간판이 걸렸다. 고즈넉하던 예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술집 간판들과 호객꾼들로 가득해져버린 이 길에 이음책방은 예전의 대학로 거리를 추억할 수 있는 마지막 연결고리다.

그리 크지 않은 서점 안엔 책을 읽기에 용이하게 곳곳에 간이 의자가 비치되어 있다. 나는 예술서적 앞에 있는 간이 의자에 앉았다. 관객은 4명.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손님, 책을 고르는 손님, 사장님, 날 찍어줄 포토그래퍼. 난 기타를 꺼내 조금 소리를 내어 보다가 노래를 불렀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바라보고 진열되어 있는 책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제임스 조이스가 보였고 카프카가 보였다. 나는 눈을 감았다. 수백 아니 수 천 명의 작가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시간이 너무 평화롭고 즐거워서 좀처럼 끝내고 싶지 않아졌다. 40분 남짓 그 곳에 앉아 기타를 퉁기다가 나 때문에 예술서적을 못보고 계신 손님 한 분이 계신듯하여 그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타를 챙겨서 책방을 나가는 계단을 오르다 돌아보니 내가 앉아 있던 파란 간이의자가 보였다. 책방 안은 너무나 평화로워 보였다.

* 본 레포트는 싱어송라이터 '수상한 커튼'이 진행하는 '수상한 프로젝트' 일환으로 원피스매거진 6호 '장착'에 실린 내용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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