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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WEB] - 어떤 디자인이 마음을 움직이는가?
디자인스푼  |  2012.08.28 16:20:34

[trend report] 어떤 디자인이 마음을 움직이는가?

누구나 한 개 이상의 이어폰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다른 제품에 부가적으로 끼워주는 공짜 이어폰에서부터 고가의 이어폰까지, 이어폰의 가격도 가지각색이다. 그 중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오디오 전문회사 뱅앤올룹슨(BANG&OLUFSEN: B&O)의 A8이라는 이어폰은 웬만한 디지털 제품보다 비싼 24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누구나 한 개 이상의 이어폰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다른 제품에 부가적으로 끼워주는 공짜 이어폰에서부터 고가의 이어폰까지, 이어폰의 가격도 가지각색이다. 그 중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오디오 전문회사 뱅앤올룹슨(BANG&OLUFSEN: B&O)의 A8이라는 이어폰은 웬만한 디지털 제품보다 비싼 24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지하도 가판대에서 판매되는 5천원짜리 이어폰과 무엇이 다르기에 많은 사람들이 두둑한 지갑을 열고 A8을 구매하게 되는가? 물론 음질이나 성능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브랜드 제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뿐만은 아니다. A8는 첫인상부터 남다르다. 반투명의 플라스틱 케이스 속 현란한 은박 무늬로 장식된 종이 위에 놓여져 있는 일반 이어폰과는 달리, 앞 뒷면에 블랙의 B&O로고가 새겨진 골판지 박스 안에 간결하게 정리된 사용 매뉴얼, 고급스런 가죽 케이스와 함께 포장되어 있다. 제품 자체도 사용자의 착용감을 고려한 형상과 실버와 블랙의 배색으로 사이버틱하면서도 견고한 B&O만의 세련된 이미지를 구사하고 있다. 또한 소리를 재생하는 성능과 각 대역의 밸런스 측면에서도 타사 제품들에 비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A8이 일반 이어폰보다 50배 이상 되는 가격 차이만큼 기능적으로 우수한 제품은 아니다. 하지만 B&O는 브랜드 가치와 더불어 고급스럽고 감각적인 외관과 만족스러운 기능을 통해, 일반 이어폰 제품들이 채워줄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즉 가판대에서 판매되는 이어폰에게는 없는, 강력한 디자인 경쟁력이 조용하지만 설득력 있는 세일즈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편, 미국 오레곤(Oregon)주에 위치한 움프쿠아(Umpqua) 은행은 지역 은행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전형적인 은행 서비스 방식에서 탈피해 ‘상점(Store)’ 개념을 도입하고 ‘느린 은행(Slow Banking)’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인간 중심의 은행을 지향하는 새로운 경영 방식을 도입했다. 움프쿠아 계곡과 그 주위의 나무를 형상화하여 로고를 새롭게 디자인했고, 세계적인 디자인 에이전시인 지바(ZIBA)와의 전략적인 제휴를 통해 ‘총체적인 움프쿠아 은행 경험(Total Umpqua Bank Experience)’을 구현했으며, 이는 미국 우수산업디자인상(IDEA) 디자인 탐구(Design Explorations)부분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바의 디자이너들과 건축가들은 체계적인 소비자 조사를 통해, 기존의 은행과는 전혀 다른 커피숍과 같이 편안하면서도 부티크 매장과 같이 고급스런 느낌으로 은행 내부 인테리어를 설계했다. ‘탐색하고, 마시고, 읽고, 구매하고, 거래하라(Surf, Sip, Read, Shop, Bank)’라는 슬로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객들이 은은한 조명과 소파에서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으면서 은행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이와 같이 서비스 디자인의 혁신을 통해 고객들의 감성을 만족시킴으로써 움프쿠아 은행은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놀라운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기능뿐 아니라 미적인 측면에서도 사용자들을 감동시킨 A8 이어폰, 신속한 온라인 뱅킹에 익숙한 나 역시도 꼭 한번 들러보고 싶게 만드는 움프쿠아 은행의 금융 서비스에는 여러 가지 공통점들이 있다. 그 중 디자인 경쟁력 강화에 기반하여 소비자들에게 새롭고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제 디자인은 단순히 외관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수준을 넘어서 새로운 경험을 창출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제품과 서비스 디자인 분야에서 디자인의 전략적 효과에 대한 인식의 확산과 더불어, 전형적인 디자인 방식에서 탈피해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인터넷 서비스 디자인 방안들이 다각적으로 모색되고 있다. 얼마 전 선보인 ‘I’m a Blog Designer’라는 주제의 네이버 블로그 시즌 2도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하는 좋은 사례이다. 조수용 NHN 부문장은 인터뷰에서 블로그 시즌 2의 개념을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우리는 그릇을 디자인하고 다양한 음식 재료 세트들을 제공했습니다. 미리 양과 간이 맞추어져 있어서, 좋은 음식을 사용자들이 빨리 만들 수 있는 모듈을 마련했습니다.” 즉 체계적인 사용자 조사를 통해 나만의 디자인을 갖고 싶어하는 사용자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개성있는 자신의 블로그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능을 구현했다. 이와 같이 네이버의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개념의 블로그 서비스 디자인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의미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함으로써 네이버의 브랜드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사용자와의 감성적 교감을 통해 그들이 느끼는 2%의 목마름을 채워주는 것이 바로 디자이너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많은 능력있는 디자이너들이 치열한 인터넷 비즈니스 현장에서 정열을 불사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우스를 들기 전에 진정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디자인이 무엇일까 깊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글. 김유진 공주대학교 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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