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산업사회는 시간관리를 보다 알뜰하게 하는 사람에게 점수를 준다. 24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동일한 조건이지만 개개인의 관리능력에 따라 25시간이 되기도 하고 23시간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이어리는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경영하는데 훌륭한 보좌관이 되어준다. 업무량이 과다할수록, 내용이 복잡할수록 빛나는 역할을 해낸다.
다이어리의 유래는 프랑스 소설가 스탕달이 1817년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산타크로체성당에서 레니의 <베이트리체첸치> 작품을 감상하고 나오던 중 무릎에 힘이 빠지면서 황홀감을 경험했다는 사실을 자신의 일기에 적어놓은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일기 또는 일지의 뜻을 가진 다이어리는 원래 특별한 형식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아무 노트에 날짜나 요일을 적고 필요한 내용을 기록하면 그만인 것이다.
매해마다 미리 조직적인 시스템 - 달력을 따로 보지 않아도 되고 일일이 날짜와 요일을 기록하지 않아도 되는 -을 갖춘 다이어리가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근래의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다이어리라는 이름을 가진 사무용품이 탄생된 것은 40년 정도 된다. 처음엔 무일지(無日誌)형식- 날짜와 형식이 없는 단순한 노트형식 - 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지금은 일지형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그 종류도 다양하다. 여기서 종류라고 하면 여러가지 요소를 포함한다. 당장 눈에 띄는 패키지나 사이즈 같은 디자인적인 요소부터 내지의 레이아웃으로 드러나는 기능적인 요소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해마다 다른 모습을 기대하기엔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다. 다이어리 자체가 원래 기호나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보수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성품 다이어리들은 경쟁업체에 대한 견제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점진적으로 변모하고 발전하고 있다.
다이어리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표지의 변화는 컬러나 면의 구성에서 드러난다. 기존 컬러와 같더라도 채도를 달리한 점, 일부 팬시업체들의 디자이너와 미술작가들의 등장으로 특정한 문양을 형압하여 단조로움을 피하고 있는 점이 그것이다.
서체는 전체적으로 고딕체와 명조체가 두드러지며 고딕체 중에서도 아방가르드체와 같이 부드러움을 가미한 서체의 추세가 강하다. 내지의 구성은 그 다이어리의 기능상의 목적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일별 계획에 중점을 둘 것이냐 주간 계획에 둘 것이냐에 따라, 또 사용자가 누구냐에 따라 레이아웃과 구성 요소가 달라지는데 한 페이지당 하루만 있는 것에서 부터 한두 페이지에 일년 열두달을 담아놓은 것까지 다양하다. 또 절취선이 있는 백지 메모지, 단순한 괘선노트, 방안노트 등이 첨가되는데 그 다이어리의 용도에 맞게 분배될 뿐 이렇다할 차이는 크지 않다. 다만 시간시간을 세분화한 '시간표 성격'의 다이어리가 증가하고 있자는 점 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언급할 만하다.
수년전부터 등장하고 있는 여성용 다이어리는 자칫 획일적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르는 국내 다이어리 시장의 질적 성장에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생각된다. 현재 여성용로 상품화되어 있는 다이어리들은 각장마다 여러가지 아기자기한 디자인적 요소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다양한 변화를 눈여겨볼 만하다.
인터넷이 일반화되어 있는 현대사회에서도 시간과 장소에 구애없이 메모를 할 수 있는 필기도구의 필요성은 지속되고 있다. 특히 기능적인 측면에서의 디자인이 전문화된 것일수록 그러하다. 이것은 앞으로 보다 발전적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