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윤발
1989년 우리나라 CF에서 처음으로 외국인 모델을 주연으로 등장시킨 우유탄산음료가 청소년 층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롯데칠성의 「밀키스」 와 해태음료의 「크리미」는 똑같이 홍콩의 인기배우를 기용한 CF를 제작, 광고업계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이시기의 일각에서는 방송광고에서의 외국인 모델 기용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제기되는 등 적잖은 반발도 많았다.
1985년 「암바사」라는 음료가 국내에 첫 선을 보인 후 우유탄산음료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기 시작하자 각 음료업계에서는 새로운 우유탄산음료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롯데칠성 음료가 「밀키스」를, 해태음료가 「크리미」라는 제품을 선보였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거의 비슷한 시기에 선을 보인 이 두 제품은 기본적으로 제품의 성격이 유사하다는 것 이외에도 모델전략이나 전체적인 광고전략에 있어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두 제품 모두 단시일내에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높은 퍼블리시티(신문·잡지 등의 기사나 라디오·방송 등을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광고하는 것) 효과를 거두었으며 그것이 곧바로 판매촉진에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사랑해요 밀키스" "반했어요 크리미"
패키지 전략에 있어서도 이 두 제품은 하이틴의 취향을 반영하면서 타 제품과의 차별화를 꾀하는데 주력하였는데, 파스텔의 핑크배경에 펜으로 스케치한 동화적인 일러스트와 손으로 직접 쓴 자연스런 레터링이 돋보이는 「밀키스」는 당시 하이틴에게 인기있는 팬시 제품 스타일이었며, 자연스런 레터링에 산뜻한 이미지를 강조한 「크리미」의 패키지는 깨끗하고 부드럽게 제작되었다.
지금은 외국인 모델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CF를 많이 볼 수 있지만 이때만 해도 '국내광고에서는 외국인 모델이 주연급으로 출연할 수 없다'는 방송광고심의규정이 있었다. 그러한 시절에 '황색스타군단'이라 불리우는 홍콩스타들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며 그 중에서도 영웅본색이라는 액션영화에 출연한 주윤발의 인기가 높자 사회일각에서 일고 있는 외국인 모델 기용 반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과감히 주연모델로 기용했다. 때마침 방송광고심의규정이 삭제되면서 주윤발은 우리나라 최초의 주연급 광고모델이 되었다. 방송심의의 통과여부에 대한 우려 등을 무릎쓰고 주윤발을 기용하면서 모델의 터프한 이미지를 강조한 '헬기'편과 '여름카페'등 두편의 CF를 제작하여 광고하기 시작했고 "사랑해요 밀키스"라는 단순하면서 친근한 메시지 전략으로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한편 밀키스보다 뒤늦게 광고를 전개하게 된 「크리미」는 모델전략과 전반적인 광고전략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홍콩스타에 대한 선호도가 절대적이었던 시절. 청초하고 산뜻한 이미지를 지닌 여배우 왕조현을 선호한다는 시장조사의 결과로 단시간내에 브랜드 이미지를 고지시키고 '정면대결'이 불가피했기에 결국 농구선수출신인 배우 왕조현을 모델로 CF를 제작하게 되었다. 또한 멘트 역시 "반했어요 크리미"라는 슬로건화하는 등 모든 상황을 경쟁제품의 CF와 유사하게 연출되었다.
밀키스와 크리미 두 광고는 모델 전략의 성공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외국인 모델의 출연을 금지해 왔던 방송광고심의규정이 삭제되어 자극적이고 신선한 충격을 던져 강하게 어필되었다. 그후 장국영과 유덕화, 토미 페이지, 소피마르소 등 외국스타들이 국내 CF에 등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외국인 모델의 과감한 기용이 실현되기까지에는 적잖은 반발에 부딪혀야 했는데 관련업게 및 소비자보호단체 등에서는 외국인 모델의 출연이 지속될 경우 무분별한 선호풍토가 팽배해져 외국광고의 여과없는 유입의 요인이 될 수 있으며 국내 모델의 보호도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한 출연료의 과중한 부담으로 인한 외화낭비 및 신사대주의 조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게 되었다.
결국 '시대의 흐름상 외국인 모델의 선별적 기용은 불가피하며 그 빈도수도 점차 늘어날 것' 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또한 방송위원회에서도 외국인 모델의 출연으로 인한 부정적 의견은 현행 세칙으로도 규제가 가능하며 업계의 이해도 각기 상반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방송광고심의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혀 외국인 모델의 출연은 거의 제약을 받지 않게 되었다.
광고의 궁극적인 목적은 판매의 극대화에 있다고 할 때 이 두 광고는 향후 우리나라 광고계의 흐름과 전반적인 광고산업의 발전에 관한 많은 것을 시사해 주었다. 그러나 이 두 광고들은 외국인 모델의 출연에 대한 재고의 목소리를 높이게 하는 등 마케팅적인 측면에서의 '성공적인 광고'와 참된 의미의 '좋은 광고'와의 관계를 생각케하는 계기도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