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웹사이트 디자인이 언제든 수정 가능한, 언제든 다시 고칠 수 있는, 가변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빨리 만들어 놓고, 웹 상에 올린 다음, 결과를 분석하고, 분석 결과에 따라 사이트를 개선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것입니다. 이는 물론 주변 환경을 제대로 이해할 방법이 없을 때 충분히 일리 있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웹은 이제 더 이상 미지의 비즈니스 환경이 아닙니다.

웹사이트 디자인은 생각만큼 쉽게 변경하고 뒤집어 엎을 수 있는 종류가 아닙니다. 사람들의 웹 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자동차에 비유하면 다음과 같은 대화가 가능합니다.

이런 식으로, 자동차 디자이너에게 웹사이트 디자이너가 갖는 '자유'를 주었다간 아마 사람을 죽이고도 아무 벌을 받지 않을 겁니다. 웹 디자이너는 자주, 은유적으로 말하자면, 사이트의 직원들과 고객들을 거의 죽일 뻔하기도 합니다.

▲ 예전에 근무하던 회사의 디자인팀 벽면

1990년대 말, '계획성'이란 말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당시엔 모든 것이 젊고, 활기 넘쳤으며, 빨랐습니다. 인터넷 시간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모든 것은 빠른 시간 내에 화끈하게 처리됐어야 했습니다. 마치 레밍 쥐들이 무작정 앞으로만 나아가듯, 당시 사업자들은 무조건 일단 저질러 놓고 보는 식이었습니다.

이들의 논지는 인터넷은 끊임없이 변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급박하게 변하기 때문에 계획을 세울 시간이 없는 것 입니다. 강물의 물살이 빠르니 일단 보트를 내려놓고 물살을 헤쳐 나가야 한다는 것 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이 탄생한지 여러 해가 흘렀지만, 비즈니스를 위한 인터넷은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웹의 경우, 오히려 많은 것들이 동질화 돼 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런 동질화의 움직임 속에서 질 나쁜 웹 디자인은 그 추함을 더할 수밖에 없습니다.

웹사이트를 만드는 건 화성 착륙 로켓만큼, 비행기만큼, 심장 이식 수술만큼 어렵거나 심각하지 않습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웹사이트 디자인을 가벼이 보는 이들이 아직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준비하지 않는 자는 망할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레이아웃이 엉망이고 치명적인 실수들이 널린 웹사이트들. 웹 디자이너들은 이런 수준 이하의 웹사이트를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올립니다. 나중에 고치면 된다는 생각으로...

이들은 '사용자 편의성'을 변명으로 늘어놓고 있습니다. "웹사이트는 원래 사용자 중심으로 디자인 돼야 하는 겁니다. 우리가 점쟁이도 아닌데 사용자가 어떻게 반응할지 어떻게 미리 알겠어요. 그러니까 먼저 웹사이트를 띄워놓고 사람들 반응을 보자는 거 아닙니까."

문제는 이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난 사람들이 나쁜 웹사이트 디자인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뒤 돌아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뒤 돌아 다시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에게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반응'할 것 인가요.

인트라넷은 더합니다.. 직원들을 실험용 쥐로 아는지 엉망으로 만든 사이트를 일단 띄워놓고 나중에 차근차근 개선합니다. 하지만 처음에 실망한 직원들은 인트라넷을 대부분 다시 사용하지 않습니다.

온라인에서 한번 잃은 신뢰를 되찾는 것은 생각만큼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사람들은 웹에서 매우 보수적으로 됩니다. 이들은 좋아하는 사이트 몇 개만 골라 놓고 항상 그 사이트들만 방문합니다. 이들은 대개 사이트를 처음 방문할 때 모든 것이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잘 갖춰져 있기를 기대합니다. 처음부터 '실험 단계'의 사이트를 방문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 과정에 온갖 실수를 다 저지르다간 고객을 잃고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