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억하기 쉬운 기억, 청각 경험(Auditory Experience)
명단영 사운드 디자이너는 한날 남편이 “참~치가 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더니 세 살배기 아들이 1초도 지나지 않아 “오↗뚜↘기↗!”라며 답가를 불렀다고 전했다. 이것이 바로 소리의 힘이다. 오늘도 나와 당신은 귀를 통해 뇌리에 꽂히는 청각 경험을 한다.
사용자는 애플 목소리를 안다
애플은 어디에서나 일관성 있는 UX 환경을 마련했다. 기기 내 환경 외에도 튜토리얼 영상, 광고 모두 일관적이다. 광고 음악도 마찬가지다. 단순하면서 모던하다. 느낌은 또 따뜻하다. 아이폰 TV 광고를 살피면 애플만의 특별한 청각경험 디자인을 실감한다. 아이폰 광고에만 나오는 익명의 한 남성은 화면 뒤에서 늘 차분하면서도 정겨운 어투로 아이폰의 장점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첫 아이폰을 시작으로 아이폰5 기능설명 광고가 나오고 있는 현재, 사용자는 이제 이 남자의 목소리를 들으면 눈을 감고도 아이폰을 떠올린다. 목소리가 브랜드를 떠올리는 매개로 거듭난 것. 애플은 사용자가 일관적인 청각 경험을 하게 하며 사운드 브랜딩에도 성공했다.
그간 삼성 갤럭시 광고는 확실히 애플과 달랐다. 가족적이고 감성적인, 추억이나 로맨스를 떠올리게 하는 배경 음악을 주로 사용했다. 갑자기 사용자를 의아하게 한 건 갤럭시 카메라 TV 광고 크리스마스의 기적편이다.
가수 김진표가 내래이션했다지만 말투와 어조가 애플과 매우 흡사해 사용자에게 애플 광고를 보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삼성의 명백한 실수다. 애플에서의 청각 경험을 그대로 사용자에 전달함으로써 실소를 터뜨리게 했을 뿐 아니라 제품 이미지도 전락하게 했기 때문. 이외에도 적잖은 기업에서 애플의 브랜드 목소리를 따라 하고 싶어했지만, 그것은 자기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애플 후발주자란 이미지만 각인시킨다. 사용자에게 자사만의 특별한 청각 경험을 주고 싶다면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애플 아이폰5 TV 광고 파노라마 기능편. 사용자는 이번 광고에서도 늘 아이폰 광고에서 만난 남자의 목소리를 통해 기능 설명을 듣는다. 해당 목소리는 사용자에게 브랜드를 경험하게 한다.
*삼성 갤럭시 카메라 TV 광고 크리스마스의 기적편. 아이폰 광고와 흡사한 말투의 남성 목소리로 광고를 통해 사용자는 삼성 갤럭시 카메라가 아닌, 아이폰을 떠올린다. 사운드 디자인 비법은?
‘텔~미 텔~미 테테테테테텔~미’. 한때 가수 원더걸스의 노래 ‘Tell Me(텔미)’가 전국을 들썩이게 했다. 어떤 이는 ‘처음엔 유치하기 짝이 없었는데 어느새 입에 붙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더라’고 전하기도. 사용자는 일부를 중복하는 후크송에 쉽게 중독된다. 사운드 디자인에서는 이를 징글(Jingle, 로고)화했다고 하는데, 오랜 시간 인기를 끌었다. ‘빠름~빠름~빠름~’, ‘비비디바비디부’ 등 사용자가 쉽게 따라 부르며 기억하게 하는 사운드는 우후죽순 등장했다. 그러나 사용자는 서서히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다.
모든 게 지겨워졌기 때문. 요즘 사람들은 너무 많은 소음에 노출돼 있다. 웹/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면서, TV를 보면서, 하다못해 집 앞 편의점을 가더라도 소리를 듣는다. 이에 차츰 사용자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선택적으로 소리를 듣는 추세다. ‘듣고 싶어야’ 듣는 것. 명단영 사운드 디자이너가 사용자가 선택할 만한 소리를 디자인하는 두 가지 비법을 이야기했다.
비법 1. 자연주의
아날로그의 힐링이 필요한 시대다. 그만큼 사용자는 인위적인 느낌의 디지털 환경에 이력이 났다. 과도하게 높거나 자연스럽지 않은 소리는 잠깐 주목할지언정 지속해서 관심을 두진 않는다. 웹/모바일이나 광고의 자동차 소리도 마찬가지. 이 때문에 해당 디자인은 실제 차 배기량·엔진크기 등을 고려해 라이브러리의 소스를 찾아서 믹싱, 소리를 입히는 것이 중요하다.
명 대표는 “가끔 빨리 달린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F1 차량 소스를 넣어주길 바라는 곳도 있다. 약간만 사용한다면 괜찮지만, 이는 사용자 반감만 살 뿐이다. 최대한 사용자 생활 속의 청각 경험을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 자연스러워야 사용자도 공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연스러운 소리를 담은 좋은 예로는 TV 채널 O’live가 있다. 명 대표는 이 채널의 거의 모든 영상 사운드 디자인을 맡았다. ‘또로록’ 커피를 내리고, ‘툭’ 도마 위에 밀가루 반죽을 얹히는 소리, ‘탁, 탁, 탁’ 맛깔스럽게 채소를 써는 소리를 실제 소리와 흡사하게 디자인했다.
특히, 커피 내리는 소리는 아예 실제 소리를 담았다. 커피가 바닥에 넘쳐 흐르는데도 좋은 소스를 얻기 위해 드립 머신을 계속 돌렸다는 후문이다. 사실에 기반을 둔 소스는 사용자 마음을 사로잡았고, 푸드채널로의 O’live 아이덴티티를 강화했다. 사용자는 ‘맛깔스러운’ 경험을 O’live 사운드로 겪는다. 여기에 추가적인 팁. 있는 그대로의 소리에 약간의 여운을 남기면 사용자는 더욱 사실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O’live 채널의 다음 프로그램 소개 영상. 커피를 내릴 때 나는 ‘또로록’ 소리를 그대로 나타내기 위해 실제 드립 머신을 돌리며 바닥에 커피가 넘치는데도 계속 녹음을 강행했다는 후문이다.

비법 2. 환경 맞춤
사운드 디자인 환경에는 웹, 모바일, TV, 극장, 전시관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사용자는 이를 사용하는 환경에 따라 다른 청각 경험을 한다. 모바일은 기기 밑단 스피커를 통해 소리가 나온다. 이러한 특성상 저음이 잘 들리지 않고 고음은 너무 크게 들린다. 웹도 비슷한 환경. 노트북이나 내장 스피커 등 열악한 스피커 환경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심장 소리 같은 저음은 이어폰을 사용해야만 들을 수 있다.
웹/모바일 모두 적절한 중간 지점을 찾아 디자인해야 한다. 많은 광고주가 소리 크기에 가장 욕심내는 매체는 TV다. 숱한 광고 중 가장 눈에 띄어야 하는 부담이 작용해서다. 최대 데시벨이 정해져 있어 가능한 한 높은 밀도로 자기광고 소리가 가장 부각하게 한다. 웹/모바일 스피커처럼 TV 스피커도 저음과 고음을 잘 수용하지 못하나, 튀기 위해 과도한 처리로 소리를 높이는 것. 이는 사용자 짜증을 부르는 잘못된 방법이다.
반면 극장은 저음과 고음에 관계없이 모든 소리를 담을 수 있는 환경이다. 큰 공간에 여러 대의 스피커를 돌리기 때문에 많은 소리를 사용자에 전달할 수 있다. 디자이너로서는 사용자에게 최대한 풍부한 사운드 음향 전달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이처럼 디자이너는 사용자 환경을 고려해 디자인해야 의도하는 소리를 효과적으로 사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아기자기한 사운드가 인상적인 모바일 게임 푸싱젤. 스마트폰, 태블릿 밑단을 통해 나오는 소리 환경을 고려해 너무 작거나 높은 소스는 사용하지 않았다.
명단영 사운드 디자이너,현 크리에이브사운드 대표,MBC DRAMA GAME,O'live,OCN,On style,E채널 등 다수의 TV 채널과 현대차,틱톡 플러스 등 영상 광고,현대차 제네시스,푸싱젤 등 웹/모바일 사운드를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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